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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03:50

그 바람에

(*.147.43.189) 조회 수 190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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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졌다는

 

나는 오지도 않는 그 편지를

오래도록 앉아서

꽃 진 자리마다

애기들 눈동자를 읽듯

읽어내고 있네.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잘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그 바람에

뺨을 기대보기도 한다고

 

꽃 진 자리에 나는

한 꽃 진 사람을 보내어

내게 편지를 쓰게 하네.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달이 뜨면

누군가 아이를 갖겠구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그대로 써야 할까

 

내 마음속에서

진 꽃자리엔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써야 할까

 

이 세상에서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휜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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