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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12:10

관능적인 숙성

(*.246.69.177) 조회 수 250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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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숙성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균이 되어 세상을 푹 썩혀야 한다

네몸과 내몸이 한데 어울려

뼈까지 흐물흐물 녹혀야 한다

 

서로 몸 눕히면서 포옹하면서

한바탕 눈물 흘린 것도 웃은 것도

항아리 속의 장 같은 세상을

알맞게 익혀줄 효소라는 것이다

 

새끼 손가락으로

항아리 속에서 익어가는

당신을 찍어 맛을 보니

지옥같이 아득하다 그윽하다

 

거기에다 꽃도 잎도 열매도

얼지 않게 깊숙히 넣었다

게다가 발효하기 좋게

바야흐로 화창한 봄날씨다

가랑비까지 촉촉하게 내려

당신과 내가 옷이 다 젖었다

 

그러니까 당신과 나와,

해와 달로 만든 새벽과 어둠과

그리고 소금의 바다와

불의 사막과 얼음의 강이

항아리 안에 다 들었다는 말이다

 

한 철 밀봉해서 담가두었던

生의 뚜껑을 열었더니

냄새가 향기롭다

장독 위에 올려놓은 삶마다

숙성으로 움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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