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9.03.19 10:55

산사의 마당에

(*.7.57.181) 조회 수 2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Lgzr3RG.jpg

 

가시연꽃

 

내가 흙탕물 같았다

못 속으로 늪 속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가시연꽃을 꺾으셨네

어서 내려가라고 내 손에

가시 같은 수의를 쥐어주셨다

 

오늘은 가시연꽃에 앉아 보시라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지게에 얹고

산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내 등에 불현듯 가시가

돋아났다 연꽃이 피었다

 

다림질로 농 깊숙히 넣어둔

수의를 찾는 아버지 질퍽한

흙길을 숱하게 걸어오시느라

마음마저 누런 황토빛이다

 

한 동안 찢겨지고 파헤쳐진

창문이나 마당을 그대로 닮았다

맥도 험하고 골도 깊다

 

지내온 세월의 그늘이 짙어서

연꽃의 등불을 밝히시려고 하려는가

세상의 늙으신 아버지들은

가시연꽃을 닮았다

 

가시 많은 못이나 늪의

몸을 가려주는 수의 같다

진흙 같은 시절 헤치며 살면서도

상처 숨기지 않으셨는데

이제 먼 길 떠나시겠다며

삼베옷 곱게 한 벌 해입으셨다


왕꽃님의 詩 월드

왕꽃님의 詩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왕꽃님787'님이 이 게시판에 남겨주신 주옥같은 詩들은 ... 포토진 2018.04.17 4424
공지 광고나 PR은 동네방네 게시판에 등록해 주세요. 포토진 2008.07.09 10397
공지 사진에 관한 질문이 있으면 궁금한 내용을 부담없이 적어 주세요. 포토진 2008.05.24 9537
1106 폭풍속의 풍경 왕꽃님787 2019.02.07 267
» 산사의 마당에 왕꽃님787 2019.03.19 267
1104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왕꽃님787 2018.09.29 267
1103 진정한 강함 왕꽃님787 2019.03.01 266
1102 잎자루가 길어서 더 예쁜 왕꽃님787 2018.08.25 266
1101 남은 자의 넉두리 왕꽃님787 2018.12.27 266
1100 욕망들은 쨍하는 햇살 왕꽃님787 2019.01.29 265
1099 손 끝은 하늘 왕꽃님787 2019.02.07 264
1098 조용히 부는 바람은 왕꽃님787 2019.01.08 264
1097 노래 하리이다 왕꽃님787 2019.02.15 263
1096 아름답고 뜨거운 침묵 왕꽃님787 2018.01.08 263
1095 겨울 모과나무 왕꽃님787 2019.03.04 262
1094 배 한 척 없는 왕꽃님787 2019.01.11 262
1093 우리 길에 관한 생각 왕꽃님787 2018.04.26 261
1092 방안 풍경 왕꽃님787 2019.01.16 261
1091 세상 등지고 잠든 왕꽃님787 2019.02.01 260
1090 아득한 정 왕꽃님787 2019.01.21 260
1089 흔들리는 코스모스 왕꽃님787 2019.01.11 260
1088 무익한 사념도 왕꽃님787 2019.01.04 260
1087 그대 앞에 서면 왕꽃님787 2018.09.23 260
1086 포장마차에 가면 왕꽃님787 2018.02.14 260
1085 절박한 물음 왕꽃님787 2019.03.06 259
1084 말 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왕꽃님787 2018.12.26 259
1083 아주 가까운 곳에 왕꽃님787 2019.01.17 259
1082 지시한대로만 사는 왕꽃님787 2019.02.19 25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9 Next
/ 49

Copyright © Aesthetics Of The Moment. Since 2002.

Powered by 나의 / E-mail : photogene@naver.com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