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9.03.19 10:55

산사의 마당에

(*.7.57.181) 조회 수 2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Lgzr3RG.jpg

 

가시연꽃

 

내가 흙탕물 같았다

못 속으로 늪 속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가시연꽃을 꺾으셨네

어서 내려가라고 내 손에

가시 같은 수의를 쥐어주셨다

 

오늘은 가시연꽃에 앉아 보시라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지게에 얹고

산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내 등에 불현듯 가시가

돋아났다 연꽃이 피었다

 

다림질로 농 깊숙히 넣어둔

수의를 찾는 아버지 질퍽한

흙길을 숱하게 걸어오시느라

마음마저 누런 황토빛이다

 

한 동안 찢겨지고 파헤쳐진

창문이나 마당을 그대로 닮았다

맥도 험하고 골도 깊다

 

지내온 세월의 그늘이 짙어서

연꽃의 등불을 밝히시려고 하려는가

세상의 늙으신 아버지들은

가시연꽃을 닮았다

 

가시 많은 못이나 늪의

몸을 가려주는 수의 같다

진흙 같은 시절 헤치며 살면서도

상처 숨기지 않으셨는데

이제 먼 길 떠나시겠다며

삼베옷 곱게 한 벌 해입으셨다


왕꽃님의 詩 월드

왕꽃님의 詩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왕꽃님787'님이 이 게시판에 남겨주신 주옥같은 詩들은 ... 포토진 2018.04.17 4550
공지 광고나 PR은 동네방네 게시판에 등록해 주세요. 포토진 2008.07.09 10514
공지 사진에 관한 질문이 있으면 궁금한 내용을 부담없이 적어 주세요. 포토진 2008.05.24 9672
1131 손으로 부채질하며 왕꽃님787 2019.03.20 298
1130 마음이 변할 새라 왕꽃님787 2019.03.12 297
1129 죽었던 내가 다시 왕꽃님787 2019.03.14 297
1128 좋아한다고 생각해 왕꽃님787 2018.06.21 296
1127 너무나 평범해서 왕꽃님787 2019.03.13 295
1126 달라지는 세상 왕꽃님787 2019.02.11 295
1125 이제는 푸른 왕꽃님787 2018.10.01 293
1124 불멸인 녀석 왕꽃님787 2019.03.14 292
1123 나의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왕꽃님787 2018.04.19 291
1122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왕꽃님787 2018.09.20 291
1121 손 끝은 하늘 왕꽃님787 2019.02.07 290
1120 추워 떠는 사람들의 왕꽃님787 2018.11.25 289
1119 지나는 겨울 애상 왕꽃님787 2018.04.19 287
1118 꽃처럼 살자 왕꽃님787 2019.02.15 286
1117 그 거리에서 왕꽃님787 2018.04.15 285
1116 이별이 옵니다 왕꽃님787 2019.03.15 285
1115 나의 생도 왕꽃님787 2018.10.17 285
1114 사랑하고 싶다면 왕꽃님787 2018.04.26 284
» 산사의 마당에 왕꽃님787 2019.03.19 284
1112 웃자 왕꽃님787 2019.03.13 283
1111 행복이 오는 소리 왕꽃님787 2019.02.22 283
1110 폭풍속의 풍경 왕꽃님787 2019.02.07 282
1109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왕꽃님787 2018.09.29 282
1108 목련을 보면 왕꽃님787 2018.10.06 278
1107 방안 풍경 왕꽃님787 2019.01.16 27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9 Next
/ 49

Copyright © Aesthetics Of The Moment. Since 2002.

Powered by 나의 / E-mail : photogene@naver.com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