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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13:59

얼마 쉰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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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젖은 자는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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