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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09:47

햇살 따스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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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열매 떨어져서 눈물을 흘렸다던가

내가 쓴 편지가 우체통에 가득 차

더 이상 받을 수가 없으면

햇살 따스한 날 봉분에 기대어

나를 꺼내 읽을 것이다

 

내 손에 놓여진 나를 읽는다

한 여인에게 사랑고백을 했다던가

한 시대에게 고뇌를 발설했다던가

꽃 피어서 웃었다던가

 

시간도 멈추어선 저 어두

컴컴한 몸속에 있다가

내일인지 모레인지

내년인지 이 다음 목숨인지

언젠가 문득 나를 받아서

읽어 보고 싶은 날

 

원하는 시간에 부쳐준다고

저 두툼한 편지에 옷을 입혀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산골의

노란 우체통에 보낸다

 

밑구멍으로 줄줄 흘러내렸던

똥 같은 것들 모두 내가

보낸 편지 였으니 반 세기

다 되도록 살아온 생의 글자

빼곡하게 쓰여 있어서

 

아버지의, 어머니의 침 발라

봉인된 내 몸이 지상에

잠시 보관된 편지 아닌가

입 속으로 꾸역꾸역

들이밀었던 밥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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