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화아카데미 94기 고창일입니다. 궁금해 하신 사진(실은 DVD 겉표지)을 올립니다.
이 사진에 대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대학 시절, 포토저널리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진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날따라 교수님이 강의하기 힘드셨는지 영화 한 편을 보여줬습니다.
분쟁지역만 찾아다니는 사진기자, 제임스 나츠웨이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어라, 지구촌 어느 한 구석에서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보고 있자니, 치열하게 살지 않는 내가 오늘 걷고 있는 거리의 풍경이 시시해졌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오늘 먹은 음식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댑니다.
반면에, 어떤 이는 단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으로 나서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같은 기종의 카메라라도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지에 따라 그 무게가 달랐습니다.
카메라는 갑자기 납덩이처럼 무거워졌고, 불처럼 함부로 다뤄선 안 될 도구 같았습니다.
그래서 장롱 속에 고이 모셔뒀답니다.
반쯤 잘린 저 소년의 얼굴이 여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ps. 지금은 사진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남들이 오늘 뭘 먹었는지도 무척 궁금하답니다. ^^
2009.08.20 19:03
평화아카데미 94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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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으로 나서고 있는 어떤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그 어떤이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그 어떤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두려움에 진작부터 카메라 장비를 장롱속에 묻어 두고 내가 아니어도 그 어떤이가 될 사람은 많겠지라고 스스로 자위하며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포토진은 남들이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가 궁금하기 보다는 오늘 내가 먹은 값싼 음식이 내 의지를 얼마나 지탱해 줄까를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여유라도 있기를 바라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