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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대한민국사진축전’ 관람기

사진, 인간+자연을 품다


글 : 남주환(학술교육분과 운영위원, 한국사진저작권관리협회 사무국장)


인간과 자연을 오롯이 담아내고 삶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살아 있는 역사를 쓴 제2회 대한민국사진축전이 ‘사진, 인간+자연을 품다’라는 주제로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강남구 대치동 3호선 학여울역)에서 열렸다.  사진문화의 대중화 및 잠재적 사진시장의 확장을 위해 사진작가와 관람객이 작품을 매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흥겨운 축제의 장을 만들려는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사진 아트페어라는 새로운 전시형태를 선보인 것이다.

 

지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제2회 대한민국사진축전은 한국사진작가협회(이사장 류경선)가 주최하고 ㈜대한전람이 주관, 삼성스마트카메라가 후원, IPD(국제디자인교류재단)가 디자인 재능기부를 하였으며 콘텐츠개발분과에서 전시운영을 맡았고 여성분과는 지원, 광고스톡분과에서 홍보를 담당했다. 

 

총괄기획을 맡았던 손만길(학술교육분과위원장. 인천재능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교수는 한국사진작가협회 내부의 힘만으로 스스로 성공적인 사진축전을 치러 냄으로써 우리협회가 따가운 외부로 부터의 시선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50년의 역사를 가진 협회의 성숙한 위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작가의 개별적 성향을 존중한 작품선정과 스타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노력을 다하였지만 마지막까지 밀도 있는 작품분석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 미술관, 갤러리, 해외갤러리, 언론사, 컬렉터 등 약 4만 4천명에게 전시메일을 보내고, 일반전시와 다른 아트페어의 특성을 감안하여 적절한 분석을 통해 작품가격의 적정한 산정을 유도하고 작가들의 니즈를 반영한 사후관리 제도의 도입, 사진가와 관객이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소통의 공간 마련과 작가들의 프로필 등 상세한 정보제공을 통해 국제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보람은 매우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었다고 한다. 

 

금년도 참여 작가는 모두 70명으로 전년도에 참가했던 사진관련 타 단체의 부스를 제외하면 엇비슷한 숫자로 양적으로 팽창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진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시스템(Photo Business System)의 도입을 시도하고 작가와 관객이 교감하는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국내 사진예술의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 모두에게 동시대의 사진예술의 특성을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전시장을 찾아왔던 많은 사진관계자들로부터 질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주목할 만하다.  그뿐 아니라 축전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자신과 성향이 서로 다르고 교류가 많지 않았던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과정을 한 자리에서 서로 비교하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스스로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으며,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 것은 국내 사진시장의 잠재력과 우수성을 발견하고 나아가 한국 사진예술의 국제화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출품작의 형식과 내용면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풍경이나 정물, 조류사진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담는 사진의 사실성보다는 화려한 색감과 추상적인 형식미를 추구하거나 강조한 작품이 많았다.  또한 마치 내밀한 소녀의 꿈결 속을 들여다보는 듯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관람객의 내면에 깊이 숨겨져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도 다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주제와 부제의 배치, 절묘한 광선의 상태 등 완벽한 구도와 셔터타이밍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형식미가 돋보이는 작품도 더러 있었으며, 작품의 크기도 점차 대작화되어 가는 경향은 최근 한국사진예술계에 있어서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사진의 기계적 기록성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뜨겁고 간절하며 그래서 더욱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슴으로 표현하는 감성보다는 이성의 냉철한 밑바닥에 자리 잡은 거칠고 투박한 아름다움을 심미적으로 표현한 기록사진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평생을 전업 작가로 ‘사람’을 담은 휴머니스트 고 최민식님과 1947년 국제보도 사진기자를 시작으로 보도와 예술, 광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사진의 지평을 열어 온 김한용 자문위원의 특별초대전은 한국사진의 역사와 한국사진예술의 본질에 대하여 회고하고 성찰하는 고백성사와도 같은 감동을 주었다.  고 최민식님을 추모하며 ‘사상과 철학이 삶과 사진과 일치하기 때문’에 그에게 반했다는 오준규 작가의 독백은 사진예술보다 예술사진에 집착하는 최근의 사진경향에 대한 반성과 제체시온(sécession)을 갈망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번거롭고 까다로웠던 과거 은염사진의 제작과정과는 달리 2000년 이후부터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사진기술로 인해서 누구나 손쉽게 컬러를 보정하고 농담을 제어할 수 있으며 다중촬영과 같은 사진의 합성조차도 어렵지 않은 하나의 테크닉으로 여기게 되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비약적인 발달과 함께 도래한 디지털이미지의 시대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더 많은 사진작가들이 사진예술에 관심을 갖게 한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 결과 사진작가들의 양적인 팽창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은염사진이 가진 아날로그의 아련한 향수에 젖어 있었던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제는 그들의 작품 활동에 디지털 이미지제작을 따로 분리하여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필름카메라를 이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전시에 출품된 많은 사진의 최종 완성은 거의 대부분 디지털작업으로 완료된 것으로 보였으며, 그러한 디지털 사진작업이 참여 작가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음색을 담아내는데 방해가 되거나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진축전은 이제 디지털 사진작업이 사진작가들의 고뇌와 그들의 담론을 담아낼 수 있는 수단으로 충분한 효용가치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 한 계기를 만든 전시였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빠른 속도와 늘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상에 대한 반성과 초고속의 자동을 거부하고 느린 수동의 미학을 실천하는 류경선 이사장이 자장면 배달통을 개조하여 만든 유경반점의 핀홀 카메라 ‘자장면시키신분’과 가로와 세로의 크기가 1미터에 이르는 노연덕 작가의 콜로디온 습판식 대형 카메라는 이러한 디지털 사진에 대한 반발과 약 170여년 전 사진발명 초기의 사진작가들이 가졌던 사진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예술혼을 되찾으려는 묵언의 절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진축전은 출품작의 많은 수가 ‘작가의 함의를 담은 은유적인 전달’을 통해서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으며 관람객은 정황을 유추하여 이해하여야 내용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는 간접적인 화법의 구사가 두드러진 특징으로 보였다.

 

때로는 사물의 형식이나 형태, 혹은 외양이 그 내용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외적인 요소보다 작가의 내면에 숨겨진 내용에 천착하여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아스라한 기억 속에 숨어있는 자아를 찾는 작가의 깊은 사색은 관람객의 영혼마저도 방황하게 만들며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 나서도록 독촉하고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평범한 일상의 시공간에서 섬세한 작가의 탁월한 안목으로 빚어낸 형태의 추상성은 관람객의 기억을 반추하게 만들고 경험을 더듬어 마침내  어디에서 본 듯 익숙한 형태의 보편적인 미의식으로 완결 짖도록 유도한다.

 

결국 현대예술론은 예술을 위한 예술로 예술가 스스로 만족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의 내면에 숨겨져 있었던 기억과 경험을 통해서 심미적 미의식을 일깨워 체험하도록 유도하며 완결되는 것으로 과거 공모전 등에서 보았던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최근의 사진제작 과정이 이전의 은염시대와 달라서 작가가 촬영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그 효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채도와 명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 탓인지 작가의 일관된 스타일이 그 결과물에서 고스란히 도출되기 보다는 각각의 작품이 서로 눈에 띄기 위해서 한 부스 내에서도 우열을 가리려는 듯 현란하고 부자연스러운 강열한 색상이 옥의 티처럼 보이기도 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작품의 판매가 목적인 아트페어가 가진 특성상 ‘팔릴 수 있는 사진’이 전시되고 또 전시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지만 형식상 아트페어라는 전시형태를 도입한 것일 뿐 한국사진작가협회가 대한민국 전체 사진계를 아우르고 소통과 축제의 장으로 사진축전을 개최하였던 제1회 대한민국사진축전은 국내 7개 사진단체가 공동주관한 행사였다.  그러나 이번 제2회 사진축전은 지난해의 전례에서 벗어나 한국사진작가협회가 단독행사로 치른 점도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비용문제를 포함하여 각 단체별로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장르에 구별 없이 서로 교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될 때 경쟁력은 강화되고 작품의 변별력 또한 높아질 것이며 소수의 컬렉터나 갤러리 뿐 아니라 사진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이 작품을 보기 위하여 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시장의 잠재적 고객은 화랑이나 미술관 혹은 갤러리 등의 소수의 컬렉터가 아니라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마다하지 않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전시장을 찾아 와 주는 관람객이다.  그들이 비록 이번 전시에서는 각 부스를 돌아다니며 사진만 둘러보고 작가에게는 귀찮도록 이것저것 물어 보기만 하였을 뿐 구매는 해 주지는 않았을지라도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사진시장의 잠재적 고객인 것을 안다면 더욱 다양한 볼거리와 행사, 다양한 장르의 사진으로 잠재적인 고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때 그들은 또 다시 내년에 열릴 제3회 대한민국사진축전을 찾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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