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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법리와 적용
                                     -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중심으로 –



이석연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Ⅰ. 서언
금년(1992년) 5월 월간지 「인사이더 월드」 발행인 손충무 씨가 동지 5월호에 게재한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사생활관련보도와 관련하여 김 대표측의 고소에 의하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이어 동년 8월에는 염홍철 대통령 정무비서관이 월간지 「옵서버」 8월호에 실린 『노정권 비자금 조성 5년사』 기사와 관련하여 이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신문」 곽병찬 기자와 「옵서버」 발행인 조원민 씨 등 2명을 역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명예훼손죄, 그 중에서도 특히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둘러싼 논의가 새롭게 일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가지는 인격적 가치를 보호하는 범죄로서 특히 현대와 같은 정보화사회에서 매스 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명예의 침해가 증대되고 있는 반면 헌법상 보장 된 표현의 자유 나아가 알 권리의 보장 측면에서 자유로운 정보유통의 필요성이 점증됨에 따라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명예의 침해를 수반하는 사례가 빈발하게 된다.

근거가 확실하고 명예를 침해 하지 않는 정보만을 유통시켜야 한다면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 민주사회의 건전한 여론형성이 오히려 방해를 받게 되므로 어느 정도의 불확실한 정보라도 유통시킬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언론 · 출판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는 바, 형법은 제310조의 규정을 두어 문제의 해결을 꾀하고 있으나 표현의 자유와 상충관계에 있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는 「비방의 목적」이라는 막연한 초과주관적 요소를 구성요건요소로 하는 외에는 자유로운 정보유통의 필요성과 국민의 알 권리의 충족이라는 현대적 법률사조를 도외시함으로써 지나치게 개인주의적 시각에서 규정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라는 기본권과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보호라는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형법상 명예훼손죄 특히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법리적, 현실적 타당성을 논해 보고자 한다.



Ⅱ. 명예훼손죄 일반론

1. 명예훼손죄의 체계와 특색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를 명예훼손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면서(제307조 제1항) 이 경우 적시된 사실이 허위일 때에는 형을 가중하고 있다(제307조 제2항). 한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출판물 등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제309조)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제308조)를 처벌하고 있으며, 나아가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에 대하여 단순한 경멸의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모욕죄(제311조)로서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명예훼손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으로서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 한다는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함으로써(제310조)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 명예에 관한 죄는 모두 친고죄(제308조, 제311조)와 반의사불벌죄(제307조, 제309조)로 되어 있다(제312조).

여기의 명예훼손죄에 의해서 보호되는 명예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그의 도적적, 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서의 외적 명예를 의미한다 함이 통설이다. 명예에 관한 죄의 특색은 범죄의 검거인원에 비하여 유죄인원이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기소율이 낮아 피해자 등으로부터 고소가 있고 범죄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것이 상당히 낮다는 점에서 명예침해행위에 대한 당벌성 평가의 미묘함이 엿보인다 하겠다.1)

실제로 1991년 한해 동안 전국법원(제1심)에서 처리한 명예훼손사건 총 313건 중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 받은 사건은 21건에 불과하고(그것도 모두 1년 이하) 나머지는 모두 집행 유예나 벌금 아니면 공소기각판결로 석방되었음을 알 수 있다.2)


2. 전파성의 이론과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사람을 모욕할 때에만 성립하는 공연성을 그 요건으로 하는 바, 이 공연성의 의미에 관하여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통설). 다만 여기의「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판례에 의하여 확립된 이른바 「전파성의 이론」이 있다. 이 전파성의 이론에 의하면 사실을 적시한 상대방이 특정한 한 사람인 경우라 하더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그 말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

즉 대법원은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 하여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나 이와는 달리 비밀이 보장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는 특정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여한 것이다」라고 판시한다.3) 그리하여 진정서와 고소장을 특정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우송하였더라도 그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4) 한 사람에게 편지를 발송한 경우에도 수신인이 그 내용을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역시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5)

다만 피해자와 그 남편 앞에서 사실을 적시한 경우,6) 피해자의 친척 한 사람에게 피해자의 불륜관계를 말한 경우,7) 피해자인 교사의 비행을 적은 진정서를 학교 이사장에게 제출한 경우,8)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감추려고 하면서 집안관계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사실을 적시한 경우9) 등에는 전파가능성이 없어 공연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파성의 이론은 자칫하면 명예훼손죄의 행위의 태양으로서 요구되는 공연성의 의미를 무의미하게 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성립범위를 지나치게 확장 시켜 결과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를 상대방의 전파의사에 따라 좌우되게 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하는 결과가 되기 쉽다. 따라서 전파가능성은 그 범위를 엄격히 해석(제한)할 것이 요구되어지는 바,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현실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해에서 사실을 적시할 때에만 공연성이 충족되는 것으로 보는 것10)이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에서 조화로운 운용이라 하겠다.


3.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점으로서의 형법 제310조
언론 · 출판 등의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적 기초로서 이는 비판의 자유를 그 본질로서 내포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공정한 비관이 일체 금지된다면 건전한 여론의 형성이 저해되어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이 적시되어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때에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부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형법은 제310조를 두어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명예훼손죄에서의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사실의 증명(Wahrheitsbeweis)이라고 불리는 형법 제310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첫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경우에 한한다. 따라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본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적시된 사실이 세부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전체로 보아 적시된 사실의 중요부분이 진실과 합치되면 족하다고 보아야 한다.11) 다만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더라도 형법 제31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 ·판례의 입장이나 이의 문제점에 관하여는 후술한다. 둘째, 사실의 적시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하는 것으로서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은 반드시 그 사람의 공적 행위에 관한 사실에 한정되지 않고 사사로운 일에 관한 사실이라도 적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요건을 갖춘 경우에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제310조의 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하여는 처벌조각사유설, 구성요건해당성조각사유설 등도 주장되고 있으나 형법이 명문으로 위법성조각이라고 밝힌 이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되나 사회적 상당성의 견지에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하지 아니하는 경우로 보아야 할 것이다(통설).

한편 소송법적인 측면에서 다수의 학설은 제310조를 사실의 진실성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지운 거증책임의 전환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으나 우리 형법규정(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별하지 아니한다)은 일본형법(제230조의 2 : 전조 제1항의 행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에 관계되고 그 목적이 오로지 공익을 위하는 데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실의 진부를 판단하여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벌하지 아니한다)이나 독일형법의 규정[제186조 사실이 진실이라고 증명되지 아니한 때에는(Wenn nicht diese Tatsache erweislich wahr)‥‥‥에 처한다]과는 달리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만을 정하고 있을 뿐 증명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본조를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거증책임의 전환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없다 하겠다.12) 따라서 거증책임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일반법리에 따라 검사가 위법성조각사유의 부존재 즉 적시된 사실이 허위이고 공익과 관제 없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Ⅲ.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법리와 실제

1. 형법 제309조의 법리
형법 제309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 제1, 2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그 형을 가중하는 이른바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구성 요건을 별도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의 형벌이 가중되는 이유로서 보통 주관적 구성 요건인 범의가 단순한 미필적 고의에 머물지 않고 초과주관적 요소로서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행위 하였다는 점과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이 신문, 잡지,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함으로써 그 위험성이 더욱 증대되어 위법성이 가중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리고 비방의 목적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키기 위해서 인격적 평
가를 저하시키는 목적을 말하는 것으로서 비방할 목적 없이 신문, 잡지,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방할 목적은 있어도 출판물이라고 할 수 없는 방법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때에는 제307조의 문제로서 본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출판물은 그 자체가 전파성이 높아 본죄는 공연성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고, 따라서 출판물에 의하여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면 성립하며 반드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그것이 도달하였거나 그러한 사람이 이를 인식하였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 나아가 판례는 비방할 목적만 있으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도 제310조가 적응되지 않고 본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13)


2. 출판물에 의할 명예훼손죄의 문제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언론 · 출판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의 핵심적 매체에 의한 표현행위(특히 사람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평가)를 막연하고 모호한 초과주관적 요소인 비방의 목적의 유무에 의해서 그것이 비록 진실한 사실이고 공익적 차원에서 표출되었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개인의 명예보호에 치중함으로써 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의한 조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보장과의 관제에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하겠다.

우선 비교법적으로 볼 때, 우리 형법 제309조와 같은 엄격한 의미의 입법례는 이태리 형법(제595조 제3항)을 제외하고는14) 현행법상 거의 그 예가 없다는 점이다(이밖에 일본의 형법개정 가안에서 그 예를 겨우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출판물에 의해서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만 하면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도 극히 주관적인 비방의 목적만 확인되면 본조에 의해서 처벌가능하기 때문에 출판물에 의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적시는 피해자의(고소, 고발) 의사 여부에 따라 대부분 명에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오스트리아 형법은 출판물에 의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우리 형법처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그 사실의 진실성이 인정될 때에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타당성 있는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동 형법 제111조 제2항 및 제3항).15)

여기에 더하여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학자들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서는 비방의 목적 외에 별도로 공연성의 요건이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있으나 형법 제309조의 법문상 공연성의 요건이 명백히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16)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출판물의 경우에는 사실의 전파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쉽게 추지될 수 있을 뿐이라 하겠다.

3.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실제
판례에 나타난 사례를 중심으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1) 먼저 허위의 기사재료를 정을 모르는 기자에게 제공하여 보도케 한 경우 비방의 목적이 당연히 추정되어 제공자의 행위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며,17)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을 기재한 유인물을 71명의 회원에게 우송으로 배포한 경우 비록 위 유인물을 배포 받은 자의 범위에 다소의 제한이 있고, 또 수취인이 특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공연성이 있어 본죄를 구성한다. 18) 같은 맥락에서 피고인들이 출판물 15부를 피고인들이 소속된 교회의 교인 15인에게 배부한 이상 공연성의 요건은 충족되었으며 이 경우 배부 받은 사람 중 일부가 위 출판물 작성에 가담한 사람
들이라 하더라도 본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한다. 19)

비방의 목적과 관련하여서는 선조들의 업적을 기리고 후손들의 귀감으로 하려는 문중세적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개인적 명예손상이 되는 사항을 적어 넣어 종원들에게 배포한 경우에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으며,20) 대간첩작전시의 기념촬영사진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화보로 제공하여 월간지에 게재케 한 경우에도 역시 비방의 목적이 있다21)고 보고 있다.

한편 출판물 해당 여부와 관련하여 「가로 약25센터미터, 세로 약 30센터미터 되는 모조지 위에 사인펜으로 특정인의 인적 사항, 인상, 말씨 등을 기재하고 위 사람은 정신분열증환자로 무단 가출하였으니 연락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한 광고문은 본조에서 말하는 출판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22)고 판시하고 있다.

(2) 다음에는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책임을 부정한 사례를 본다.

교회 담임목사를 출교처분한다는 취지의 교단산하 재판위원회의 판결문은 성질상 교회나 교단소속 신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전파 · 고지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판결문을 복사하여 예배를 보러 온 신도들에게 배포한 행위에 의하여 그 목사의 개인적인 명예가 훼손된다 하여도 그것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교회 또는 그 산하교회 소속 신자들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으며, 이 경우 피고인들의 소행에 피해자(목사)를 비방할 목적이 함께 숨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형법 제310조에 해당되어 처벌할 수 없다23)고 한다.

또한 민사관계 판례이기는 하지만 잡지에 개인을 비방하는 인신공격적 내용의 수기를 그대로 게재한 경우 발행인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유무에 관하여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24)고 판시하고 있다.


Ⅳ. 공적 사항(인물)에 대한 보도와 명예훼손의 성부 문제

국민에 의한 정치이자 여론주도정치인 민주주의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서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사상 또는 의견의 형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그에 필요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어야 하는 바, 이는 언론 · 출판 등의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로서 헌법에 보장된 여러 기본권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기본권인 것이다. 한편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수단인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등은 동시에 모두 표현의 자유의 실현수단이기도하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기 쉬우므로 양자의 조화있는 운용이 요구된다 함은 기술한 바 있다.

특히 출판물에 의한 보도의 내용이 공적인 사항이나 공적인 인물에 대한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특정인이나 특정기관의 명예를 떨어뜨리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의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진실성과 공익성에 부합되었을 경우 개인의 인격 보호에 주안을 두고 있는 형법상의 출판물에의 한 명예훼손죄를 그대로 적용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에 문제된 월간지 「인사이더 월드」 발행인 구속사건이나 청와대 비서관의 월간지 「옵서버」 발행인과 「한겨레신문」기자의 고발사건은 모두 공적 사항이나 공적 인물과 관련된 보도사건으로서 비록 피해자측의 고소, 고발의 취소로 인하여 보도된 내용의 비방목적 유무와 더불어 진실성과 공익성의 유무에 대한 판단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사건이 종결되기는 하였지만 국민의 알 권리 또는 건전한 여론형성의 차원에서 공적 사항 내지 공적 인물에 대한 보도에서 과연 명예훼손의 성립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겠다.

가령 보도된 사실이 증명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거나 또는 오신에 의한 보도였다 하여도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는 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남적용은 특히 권력형비리나 대형 부정부패 의혹사건 보도에 대한 무형의 사전압력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표현의 자유 특히 국민의 알 권리를 봉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명예훼손사건을 대부분 민사상의 손해배상문제로 다루고 있는 미국에서 공적사항 내지 공직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와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에 대한 미연방 최고재판소(The Supreme Court)의 몇 개의 판례를 살펴본다. 공직자를 비난하는 신문보도25)나 공직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에 대한 풍자적인 기사26)는 모두 악의가 입증될 경우에만 명예훼손의 책임이 있으며, 또한 공무원의 공무집행과 관련한 보도는 허위인 줄 알면서 보도하거나 사실 여부에 대하여 부주의하게 무시한 보도인 경우에 한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것27)이 미연방최고재판소 입장이다.

더 나아가 공무원에 대한 신문보도나 방송보도가 명예훼손이 되려면 신문이나 방송이 실질적인 악의(actual malice)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공무원측에서 입증해야 한다. 28) 29)


V. 맺는 말
현대 민주정치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 특히 알 권리의 제도적 가치 내지 중요성이 증대되어 감에 따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와의 상충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의 모색이 요구된다. 영미법계에서 명예훼손을 대부분 민사상의손해배상사건으로 대처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명예침해의 경우 형벌권의 개입은 가능한 한 그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한다.

특히 현행 형법처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경우는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그 예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법론으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일반 명예훼손죄(제307조)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오스트리아 형법처럼30) 가중처벌하되 보도된 사실이 진실이고 공익에 부합될 때에는 위법성조각에 관한 형법 제310조가 준용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31)

그리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운용에 있어서도 보도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이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부분적으로 비방의 목적이 산견된다 하더라도 위법성조각을 규정한 형법 제310조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동죄의 운용과정에서의 탄력성이 요망된다 하겠다. 특히 매스 미디어에 의한 공적 사항 내지 공적 인물에 대한 보도와 관련하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 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의 충족이라는 헌법상의 기본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주)
1) 전전아영, 형법총론강의, 1990, 149면.
2) 사법연감, 1992년판, 842~843면.
3) 대법원 1968. 12. 24. 선고 68도1569 판결 , 1982. 3.9. 선고 81도1030판결 ; 1984. 2. 28. 선고 83도891 판결 ; 1990. 7. 24. 선고 90도1167 판결 등.
4) 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도347 판결.
5) 대법원 1979. 8. 14 선고 79도1517 판결.
6) 대법원 1984. 4. 10. 선고 84도89 판결 ; 선고 79도1517 판결 등.
7) 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8)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2190 판결.
9) 대법원 1982. 4. 27. 선고 82도371 판결.
10) 이재상, 형법총론, 1991, 185면 정성근, 형법총론, 1990, 213면
11) 대법원 1958. 9. 26. 선고 4291형상323 판결.
12) 강구진, 형법강의각론 Ⅰ, 1983, 221면 ; 이재상(주10), 193면.
13) 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1063 판결 ; 1984. 9.11. 선고 84도1547 판결.
14) 명동식 외, 신고형법각론, 1986, 205면.
15) 오스트리아 형법 제111조는 다음과 같다.
① 타인을,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멸스런 성격이나 성향을 들어 비난하든가, 여론상 경멸하거나 명예를 떨어뜨리기에 적합한 불명예스러운 행동 또는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행동을 들어 비난한 자는 6월 이하의 자유형 또는 360일 이하의 일수벌금형에 처한다.
② 그 행위를 출판물, 방송 기타 그 중상이 광범위한 여론에 접근될 수 있는 방법으로 범한 자는 1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360일 이하의 일수벌금형에 처한다.
③ 그 진술이 진실한 것으로 증명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지 아니한다. 제1항의 경우에는 행위자가 진술이 진실한 것이라고 간주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는 사유 등이 증명된 경우에도 행위자를 벌하지 아니한다.
16) 유기천, 형법학(각론강의상), 1985, 146면 참조.
17) 대법원 1958. 9. 26. 선고 4291형상323 판결 ; 1960.6. 8. 선고 4292형상715 판결 ; 1969. 9. 23. 선고 69도1662판결 등.
18) 대법원 1981. 8. 25. 선고 81도149 판결.
19) 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124 판결.
20) 대법원 1983. 6. 14. 선고 82도744 판결.
21)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도1744 판결.
22) 대법원 1986. 3. 25. 선고 85도1143 판결.
23) 대법원 1989. 2. 14. 선고 88도899 판결.
24)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25)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1964).
26) Hustler Magazine Inc. v. Falwell, 485 U.S.46(1969).
27) Garrison v. Louisiana, 379 U.S. 64(1964)
28) St. Amant v. Thompson, 390 .5.727(1968) ; 신문의 경우 Rosenblatt v. Bear,383 U.S. 75(1966).
29) 독일연방법원은 정치가 등 공직자의 사생활의 공개는 이를 공개할 만한 정당한 이유와 가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BGHSt 18,186).
30) 주15) 참조.
31) 법무부가 마련하여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형법전문 개정안(제188조)에서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현행과 같은 형태로 존치시키고 있다.


출처 : 언론중재위원회 통권 45호 199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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