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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주제 : 사진과 영상의 보도윤리 : 기본으로 돌아가기
              장하용교수(동국대학교)


  제2주제 토 론
              사 회 : 송기석부장(대한매일)
              토 론 : 권호욱차장(경향신문)
                      주기중부장(중앙일보)
                      서정곤부장(SBS)




송기석부장(대한매일) : 장교수님 발표 고맙습니다. 장교수님께서 보도윤리에 대한 여러 가지 쟁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보도윤리 문제는 항상 데스크에게 짐이 되는 문제입니다. 이 사진이 나왔을 때 피해를 볼 사람이 누굴까, 진실은 왜곡되지 않을까, 또는 악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많이 갖게 됩니다. 우리가 갈등하지 않고 게재할 수 있는 사진은 건강하고 예쁜 것이면 되는데, 그렇다고 신문에서 항상 그런 사진만 실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신문은 환경감시와 사회 계도, 또 고발과 같은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이 어려운 사진을 찍고 보도윤리를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 여러 부장님들이 계시니까, 이런 보도윤리 문제에 있어서의 갈등이나 이에 대한 좋은 대안, 또는 보도윤리의 기준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장교수님의 발표 말미에도 이에 관한 쟁점들을 정리해 놓으셨는데, 이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으면 합니다. 먼저 중앙일보의 주기중 부장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주기중부장(중앙일보) : 오늘 세미나에 교수님께서 윤리에 대해서 발표를 하신다고 그러기에, 많이 혼나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관대하신 것 같습니다. 현장 사정도 잘 아시는 것 같고요. 아까 말씀하셨지만, 도덕과 윤리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장을 뛰는 사진기자의 직업윤리는 아마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도덕률하고는 극과 극을 달리지 않나 싶습니다.

저 역시 현장을 뛰면서 사진기자의 직업윤리와 도덕에 대해서 많이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데스크의 입장에서 더 이상 고민만을 할 수는 없어서 나름대로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사실 어쩔 수 없이 데스크이기 때문에 그걸 정립할 수밖에 없었고요.

일단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속성상 선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퀄리티 페이퍼든 옐로우 페이퍼든 간에 정도의 차이가 있지 기본적인 속성은 선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진기자의 입장에서는 선정성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온갖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진기자의 직업윤리와 비교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가 보통 행사에 가면 국민의례를 합니다. 모두 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엄숙하게 하고 있는데, 한편에서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은 사진기자들 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너는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하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그때 사진기자는 괄호 밖의 인물, 즉 국외자라는 겁니다. 괄호 밖의 인물로 쳐주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고 욕하지 않듯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발제문에 의문부호가 많은데요. 우선 언제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에 대한 사진기자의 윤리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현장을 뛰고 있는 일선 취재 사진기자들에게는 언제 어떻게 찍어야하는가를 고민할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저는 시도 때도 없이 찍으라고 지시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예컨대 굶어 죽어 가는 어린이를 바라보는 독수리의 사진을 가지고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의 경우, 과연 사진기자가 이 사진을 찍으면서 이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한 것인가라고 생각하면 절대 찍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진기자의 직업윤리로 따진다면 반드시 찍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상황에 따라 다를 겁니다.

사실 여기서 사진기자가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 공익을 위해서라도 이 사진은 일단 찍고 봐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요. 물론, 어린애가 아주 위험에 처해 있어서 내가 손만 뻗쳐서 구해줄 수 있다면 구해줘야 되겠죠. 그렇지만 이 사진의 상황과 같은 경우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따진다면, 남의 고통을 즐기면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보이니 비난을 받아야 마땅할 겁니다.

그리고,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것에 대해서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사진은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장면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사진을 선택할 때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진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따집니다. 사진의 구도라든가 역동성, 상징성, 또는 사진이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것인가와 같은 사진의 예술성을 제일 먼저 고려합니다. 두 번째는 어떤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것은 기자 개인이나 데스크 개인의 판단보다는 회사의 논조라든가 사시에 맞춰서 사진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보도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물론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었고, 고민을 해야 마땅한 것이지만,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후세인의 아들들 사진과 같은 경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반드시 보도해야한다, 보도하지 말아야된다라는 가치판단 이전에 신문이 추구하는 방향이 있지 않습니까? 즉 우리는 퀄리티 페이퍼를 추구한다, 또는 옐로우 페이퍼를 추구한다와 같은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당당하게 우리는 옐로우 페이퍼라고 천명하는 신문사들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기준에 의해서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이지, ‘이것이 옳다, 그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하지만 일부 신문들이 이것을 보도했고, 또 굳이 보도할 필요가 없는 것을 보도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송기석부장(대한매일) : 말씀 고맙습니다. 사진기자의 직업윤리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구요. 데스크 문제까지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은 윤리문제를 걱정하면서 사진취재를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경쟁도 심하고 낙종의 위험을 의식하기 않을 수 없으니까요. 궁극적으로 윤리문제는 이 사진을 출고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데스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기중부장(중앙일보) : 추가적으로 ‘어떻게 찍어야 하느냐’의 문제와 데스크들이 ‘어떻게 보도해야하는가’의 문제는 별개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장기자들에게 찍어야하는가, 아니면 말아야하는가의 부담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현장에 가서 사건이 있을 때, 물론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는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현장기자는 고민할 필요 없이 찍고 온 다음에 그것을 보도하느냐 마느냐를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기석부장(대한매일) : 제 말도 그런 취지였습니다. 예를 들어, 현장의 기자로부터 “차마 이것을 찍기가 어렵습니다”라는 보고가 들어왔을 때, 과연 그것을 수용할 만한 부장들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결국 데스킹의 문제죠. 이 사진을 신문에 꼭 실어야 되겠다, 또는 말아야 되겠다라는 최초의 선택, 데스크의 고민이 거기에 있을 겁니다.

서정곤부장(SBS) : 단 한 컷으로 표현하는 사진보다는 그래도 동영상을 다루는 방송이 이 부분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사실 사진 영상의 보도윤리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세미나의 토론 주제로 적합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보도 영상윤리라는 것이 어차피 사생활이나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과 같은 부분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교통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라든가,  ‘효도를 해야한다’와 같은 일반적인 상식 수준의 명제와 다름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든 간에 영상윤리는 무조건 지켜야한다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보통의 자식들이 부모한테 효도하지 않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부모님의 마음을 서운하게 하더라도 효도하려는 마음은 늘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진과 영상을 다루는 모든 기자들은 자신이 찍은 화면이 윤리적인 비난을 받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면서 현장에 접근한다는 그런 전제를 일단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은 원론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의견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에서 말씀하셨듯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하셨으니, 저도 한 방송사 보도화면의 총책을 맡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의미에서 사안별로 어떤 식으로 판단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장에 펼쳐진 중요한 가치들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는 신문이나 방송 영상기자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카메라 기자들은 현장에서 어떠한 피사체를 찍든지 간에 아마추어가 6mm카메라로 예식장결혼식 촬영하듯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현장의 내용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하는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주관적인 의도가 들어가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 시청자를 현장에 데리고 가지 않는 한 어렵습니다.  

우리가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서 화면을 보여주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카메라 기자의 주관적인 의도가 들어가게 됩니다. 프레임을 잡는 것, 구도를 클로즈업샷이나 롱샷으로 하든, 모든 것이 카메라기자의 판단 즉 주관적인 의도로 촬영은 하되 가능한 한 객관화한 현장으로 보이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카메라 기자는 현장을 전달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하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물을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사진기자든 카메라기자든 현장을 촬영할 때 건전한 양식과 센스를 바탕에 깔고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겁니다.

이런 것을 전제로 장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들을 현장의 한 부분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고 판단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쪽의 ‘언제 찍어야하는가’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이 나오는데, 저도 이 사진을 봤습니다. 기자가 이 사진을 찍은 후에 아이를 구출했는지, 혹은 이 아이가 독수리 밥이 되도록 놔두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진기자가 윤리적 질책에 그렇게까지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느라고 어린이 구조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고 비난을 받았더라도, 공익의 개념을 좀더 확대 해석해 보면,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전쟁종식이라든지 전쟁종결을 돕기 위한 여론 형성의 촉매제가 되었다면 충분히 게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어떻게 찍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연출을 말씀하셨습니다. 주로 재연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사용되는 연출화면이죠. 신문은 잘 모르겠지만, 방송은 가능한 한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재연화면을 남용하지 않도록 부원들에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재연을 하게 되면 재연화면이라는 자막표시를 반드시 넣게 합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기자회견 장면의 포즈를 다시 취해달라거나, 물에 잠긴 벼를 다시 추스르는 장면을 사진기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연출이라고 비난을 한다면 저는 동의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상식을 벗어난 요구도 아니고 현장이 갖고있는 진실성을 벗어난, 즉 아예 없던 장면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농부가 일을 하고 있는 현장에서 보다 나은 장면을 위해 농부에게 짚단을 일으켜달라고 하는 것까지 인위적인 연출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거 유세 장면에서 군중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는데도 많은 것처럼 한다든지, 인파가 많은데 일부러 적게 보이게 하는 이미지왜곡을 의도적으로 하는 연출은 금지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두 번째로 사진과 영상의 선정성을 말씀하셨는데요, 38쪽의 헬기 장면 사진을 예를 들어 설명하셨습니다. 타 방송사도 그렇고 우리 SBS도 시민제보 VHS를 받아서 방송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것을 여러 번 보여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말씀하셨는데,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에서 그 안에 있는 헬기 조종사라든지, 피투성이 된 사람의 모습을 담은 화면만 아니라면, 떨어지는 장면을 두어 번 보여줘도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하게 헬기가 극적으로 추락하는 화면을 수십 번 보여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대부분 1분 30초 정도의 리포트입니다. 그 속에 두 세 번 들어갔다고 해서 그것을 크게 문제삼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현장의 생각입니다.

똑같은 입장에서 9.11테러 때 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의 폭파 장면을 여러 번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 부원들 중에는 이런 의견 제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즉 그 안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고 있지 않느냐, 이런 점에서 계속 그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사고 피해자의 가족들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이것도 양면성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딸이나 아들이 죽었을 때, 자식의 화장 모습을 보려고 하는 아버지들도 있습니다. 즉 어떻게 죽었느냐에 대한 관심이죠. 그래서 화장하는 모습을 다 보고, 관이 들어가는 모습도 다 보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 때 그 사고에 의해서 내 식구와 형제가 어떻게 죽었는가를 가족들은 보고 싶어하는 심정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어느 정도 참작한다면, 두세 번 보여준 것에 대해 그렇게 비난받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필요 이상의 상황 재연, 자극적인 영상처리 등을 통해서 메시지의 핵심이 흐려지는 부작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 중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장면을 예로 들으셨는데요. 이런 장면은 음주운전의 결과가 그렇게 비참하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방송사의 입장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방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진의 남용 부분에서, 김수미씨 가족 관련 급 발진 사고 사진의 경우는 교수님께서도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애매한 부분을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방송에도 이 기사가 나갔습니다만, 김수미씨 사진은 나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신문에서 종사하는 데스크의 입장이라면 윤리적으로 초상권의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 당연히 실었을 것입니다. 무명인이면 물론 안 싣습니다. 탤런트 김수미라는 유명인이기 때문에 싣는 겁니다. 독자들에게 더 많이 읽히는 기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보도할 필요가 있는가’에 관한 것인데, 후세인의 두 아들 사진을 예로 들었습니다. 공개
된 시신을 언론사가 보도하는 것이 필요한가는 데스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저는 이 사진이 영상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참혹한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는 것을 문제를 삼는다면, 그 문제는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진을 싣느냐 안 싣느냐는 논쟁의 소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실어야 한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리고 후세인의 아들들 사진에서, 그것은 미군들의 이해상황에 관련된 것이기에 굳이 직접적으로 이해 상관이 없는 우리 나라에서까지 알릴 필요가 있느냐의 문제에 대해서,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 동안 이라크라는 나라와 후세인, 그리고 그의 두 아들에 관한 기사가 이미 여러 번 나갔습니다. 기사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후세인 일가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취미까지 보도된 상황입니다.

시청자들에게 후세인의 두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가는 당연히 궁금한 사안이 될 수 있으므로 방송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피투성이 된 얼굴 화면을 여과 없이 내느냐 못 내느냐는 하는 문제는 방송에서는 모자이크 방식을 통해 걸러내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WTO의 협상 반대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문사 사진 데스크라면 누구라도 그 사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사진이 시청자나 독자들의 선정성과 호기심 충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 아니냐고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팩트가 조작된 것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입니다. 사실 그대로 들어온 사진이고, WTO 협상 반대 뉴스 사진으로 이렇게 효과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퍼포먼스에 참가한 사람들도 이런 의도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초상권침해 문제만 없다면, 당연히 실어야되는 사진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장교수님의 말씀에 근본적인 반대의견은 없습니다. 다만, 고민을 어떤 식으로 많이 하느냐, 또 정보가 조작되면 안 된다는 대원칙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사진과 영상 저널리즘의 윤리, 즉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씀도 맞습니다. 영상보도에 필요한 윤리성과 이것에 내포되어 있는 유연성도 물론 동의합니다.

하지만 사진기자와 마찬가지로, 방송 카메라 기자도 보도의 윤리적인 측면을 바탕에 깔고서는 소구력 있는 화면을 잡아내려 하고 동시에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내가 촬영한 이 뉴스를 봐줄까 하는 시청률까지 생각합니다. 카메라기자와 데스크는 여러 판단 가운데 시청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사와의 경쟁도 있고 말이죠. 이런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하는 카메라 기자와 사진기자의 입장에서, 뉴스 현장에 나가서 피사체를 찍을 때 윤리적으로 가치 있는 선택만 100% 고집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쟁점이 되는 영상보다는 윤리적으로 가치 있는 영상을 선택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연수부장(문화일보) : 추가적으로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혹한 사진의 예로 최근 정몽헌 회장의 자살 사건 사진이 기억나는데요. 예전에는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사회부기자를 총 동원해서 죽은 사람 사진을 얼마나 많이 구하느냐가 특종 경쟁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회장 사건의 경우, 우리 신문도 누구 못지 않게 빨리 현장에 도착해서 5명의 기자가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얼굴이 나온 사진은 게재를 안했습니다. 이런 것은 사진 부장이나 영상 부장이 최종적으로 게이트기핑한 결과입니다.

아까 후세인 아들 사진도 나왔는데, 저도 그 사진을 넘길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라크의 시각에서 볼 때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지만, 미국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패자의 전범인 셈이죠. 그래도 보도는 해야 되겠고, 그런데 사진은 너무 흉측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대안으로 이라크 국민들이 멀리서 TV 화면을 보고 있는 장면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참혹한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데스크가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한번쯤은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송기석부장(대한매일) : 예, 말씀 고맙습니다. 서 부장께서 방송의 상황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사실 독자와 시청자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 보여주면 보여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다 보여주고 나면 너무 한 것 아니냐하는 비판을 합니다. 결국 알권리와 윤리차원에서 갈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합리적인 기준이나 경계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경향신문의 권호욱 차장 말씀 해 주시죠.

권호욱차장(경향신문) : 저는 사진 연출부분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 연출의 경험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트레이트 기사나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연출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발표문의 44페이지에 보면, ‘오락은 조작될 수 있지만, 정보는 조작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러한 유연성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단순히 심미적으로 좋은 사진과 영상을 얻기 위한 것이지 속이려는 것이 아닐 때, 또 이런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식과 행동을 유도하지 않을 때라고 하셨는데, 제 경험으로 보면 잘 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매거진 X에 5년여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인터뷰 사진이나 인물 사진, 그리고 여행사진을 찍었는데, 많은 연출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심미적으로 좋은 사진이고, 이미지를 멋있게 나오게 하기 위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독자들은 그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그렇게 좋고 멋있는 곳에 가보니까, 실제로는 없다는 겁니다.

또 여행 사진을 하다 보니, 언제 가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인지, 몇 시에 가면 괜찮은 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대충 알고 있습니다. 이 세미나장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더라도 이런 장면은 일년에 한 두 번 나올까 말까하는 사진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심미적으로 좋은 사진과 영상을 얻기 위한 것이지 속이려는 것이 아닐 때, 동시에 이로 인해서 어떤 인식과 행동을 유도하지 않을 때라는 전제는 실제 상황에서 충돌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좀더 고민이 필요한 전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송기석부장(대한매일) : 예, 말씀 고맙습니다. 여러 부장님들의 현장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장교수님께서 정리해주시죠.

장하용교수(동국대) : 세 분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일일이 다 답변드릴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하게 말씀하신 분이 SBS의 서정곤 부장이신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셨고, 제 원고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원칙은 동의하지만, 각각의 사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데스크마다 판단하는 것이 다르고,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비록 윤리가 상황에 따른 상대적인 판단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대로 좀더 나은 판단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best보다는 better를 고려합니다. 언론윤리를 순수하게 상대적으로만 평가한다면 이런 세미나는 필요 없을 겁니다. 전부 각자 알아서 하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기본 원칙은 존재하고, 또 각자 의견은 다르지만 의견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무언가 일반적인 원칙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신문에는 사진기자협회가 있고, 영상에는 TV카메라기자 협회가 있습니다. 이 두 협회에서 사진 영상 보도의 문제를 상호비판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제도적 장치나 기준을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송기석부장(대한매일) : 진지한 토론, 고맙습니다. 2부 토론은 여기까지 하고, 좀더 깊이 있는 토론은 3부의 종합토론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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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2003년 9월 26일부터 - 9월 27일간 삼성언론재단 후원으로 열렸던

사진 - 영상취재부장 세미나 기념논문집에 실렸던
'한국 포토저널리즘의 현황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제 2주제 토론 '사진과 영상의 보도윤리' 내용을 전제한 것이다.

토론에 참석한 사회자 송기석부장(대한매일) 및 토론자 권호욱차장(경향신문), 주기중부장(중앙일보)의 현장의 목소리가 그들의 얼굴과 함께 생생한 듯 느껴진다.

남주환의 '찰나의 미학 포토진'
photogene@naver.com

  
  • ?
    전유리 2011.01.09 10:08
    잘읽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주제인것같고 기자를 꿈꾸는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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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직업모델의 초상권 우리는 초상권이라는 말은 정말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일 함부르크법정에서 1994년 9월 13일 내려진 판결 판결내용을 살펴보고, 초상권에 대한 생각을... file 포토진 2011.09.17 202
39 죄가 없다는데도 사과방송하는 MBC MBC는 5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6일 4개 종합일간지에도 사과광고(사진 아래)를 게재했다. | MBC 화면 ‘PD수첩’ 법원이 죄 없다는... 1 file 포토진 2011.09.07 215
38 광우병 보도 PD수첩 무죄 광우병 보도 PD수첩 무죄 대법원 확정 판결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file 포토진 2011.09.04 184
37 보도사진의 무분별한 모자이크 '한국판 색계?' 신정아 보도 닮은 언론 관음증 상하이 스캔들, 주연 공사얼굴 가리고 덩씨만 공개…환구시보“한국언론 엽기적”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 file 포토진 2011.07.19 177
36 언론의 사회윤리 신정아='고급 창녀'…<조선일보>가 그런 말할 자격 있나? [기고] 신정아 vs 언론…사회 윤리의 진짜 적은 누구인가? 기사입력 2011-03-31 오전 11:18:22 신정아 전... file 포토진 2011.03.31 183
35 흉악범 얼굴사진 보도 특집Ⅱ 흉악범 얼굴사진 보도 신중해야 김상철|한국일보 사회부 차장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 한국일보 대검찰청· 서울지검 출입, 법조팀장 ■ 영국 브리스톨대 ... file 포토진 2009.11.27 202
34 피의자의 보도 포토진 2009.11.27 169
33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법리와 적용 포토진 2009.11.27 186
» 사진과 영상의 보도윤리 - 토론 1 포토진 2009.02.21 191
31 기자는 앵무새같아야 할까? 아래의 글은 링크된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글로 風林火山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쓴 것으로 생각된다. 글 속에 포함된 사진작가는 아마도 사진기자를 지칭... file 포토진 2009.02.21 176
30 미국 NPPA 윤리규범 National Press Photographers Association Code of Ethics Preamble The National Press Photographers Association, a professional society that promotes th... file 포토진 2009.01.29 170
29 포토저널리즘과 언론 - 오승환 포토진 2009.01.12 259
28 보도사진유래와 의미-다큐멘터리 18세기 근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급격히 성장한 시민들의 지적욕구와 자유로운 사회참여 의식은 정치와 사회, 문화 등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에 ... file 포토진 2008.06.25 398
27 보도사진유래와 의미-르포르타주 1934년 당시 일본에서도 보도사진은 뉴스밸류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뉴스성이나 속보성, 제작의도와 방법, 공표시기 등에 제한을 받는 신문의 뉴스... file 포토진 2008.06.24 332
26 보도사진유래와 의미-사진과 저널 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고 나폴레옹 3세의 제2제정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에 대항해 일어난 파리 코뮌 봉기 등 사진이 발명... file 포토진 2008.06.24 362
25 글, 함부로 쓰지마라! 1 포토진 2008.06.04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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