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사진의 무분별한 모자이크

by 포토진 posted Jul 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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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색계?' 신정아 보도 닮은 언론 관음증

상하이 스캔들, 주연 공사얼굴 가리고 덩씨만 공개…환구시보“한국언론 엽기적”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 : 2011.03.09  16: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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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스캔들’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신문들이 덩 씨의 사진만을 공개한 것에 대해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중.동 대다수 신문들은 영사관과 덩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도할 때, 영사관의 얼굴은 모자이크로 처리했지만 덩 씨의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둘 다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진하기 정도에서 약간 차이가 났다.

 

그러면서 보도의 초점도 ‘덩 씨’가 누구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 9일자 신문에서 <국군포로 송환… 中권력실세 면담… 그녀 전화 한통이면 됐다>, <“덩씨, 덩샤오핑 손녀라며 자신 소개>, <“鄧, 대통령과 밥먹었다 자랑… 직업 매번 달라져”> 등 덩 씨에 초점을 맞추었다. 중앙일보도 <중국 고위층과 친분 자랑 던싱밍…“이상득.오세훈과 위정성 만남 주선>이란 기사에서는 아예 그의 실명을 공개했다. 다른 신문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덩 씨가 누구이고, 중국 권력층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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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3월9일자 1면.
 


하지만 이번 사건의 주역 배우는 ‘덩 씨’가 아니라, 불륜을 저지르면서 국가의 중요한 정보를 유출한 허, 김, 박 아무개 ‘영사관들’이다. 중국 ‘미인계’가 문제가 아닌, 그 미인계에 걸려들어 공사구분도 하지 못한 ‘영사관’들의 자질이 문제라는 말이다. 특히 2008년 지식경제부 소속으로 2008년 상하이 총영사관에 파견된 김 아무개 영사관은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서울 필승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인물로, 임명 당시부터 ‘보은인사’ 논란이 있었다.


물론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국익에 해를 끼친 공인은 공개하지 않고, 덩 씨의 얼굴만 공개한 것은 사건의 ‘진짜’ 문제를 가릴 수 있다. 덩 씨가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이들 영사들에게 접근했는지는 조사가 더 진행돼야 하겠지만, 문제는 덩 씨가 누구이든 덩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국가 기밀’ 까지를 내주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들 영사들의 문제다. 그럼에도 이들 ‘문제 영사’들의 얼굴은 가리고, 덩 씨의 얼굴 사진만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언론들의 행태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예전 ‘변양균-신정아 사건’에서도 그랬다. 신정아 씨의 누드사진이 공개된 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대번에 신정아 씨 개인에게도 옮겨가 그녀의 ‘과거’가 주요 관심사가 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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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3월9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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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3월9일자 1면.
 
 


이번 스캔들의 핵심은 무엇보다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합리적이지 못한다는 것이며, 영사관이 국가정보를 몇 차례나 걸쳐 타국인에게 유출하는 것을 재빨리 감지하지 못한 허술한 관리시스템에 있다. 또한, 정부는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그들을 엄단하지 않고 다른 부서로 발령내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정보가 새나가고 한국 외교가 중국 외교무대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충 넘어가려 했던 셈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이 사건을 다룬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전하며, 덩 모씨가 스파이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엽기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신문은 이날 ‘외교관들이 중국 여간첩에게 당했다고 한국언론이 집중 조명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반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의 친형이나 부인 등의 전화번호가 새나왔다는 것은 언뜻 보면 놀랄만한 일이지만 사실은 대단한 정보가 아니다”며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엽기적인 요소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의 이 같은 지적은 중국의 입장과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영사들의 얼굴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하면서 덩 씨의 사진만 백일하에 공개하는 대다수 한국 언론의 보도가 ‘엽기적’이라는 이들의 비판을 그냥 흘려들을 수만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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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뉴시스

 

위의 글은 지난 2011년 3월 9일 미디어오늘의 조수경 기자의 기사이다.  상하이 스캔들로 불렸던 당시의 기사와 사진은 조기자의 말처럼 당사자의 얼굴은 가리고 덩씨의 얼굴사진만 공개했다. 

 

흉악범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 할 때 많은 대다수의 언론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파렴치한 흉악범의 얼굴은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사실 신문사의 사진기자로 수 많은 사건 사고의 현장을 촬영했고, 이런 저런 사건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수 많은 피의자들의 모습을 취재했던 나는 심정적으로 개인의 인격권(명예와 초상권)보다 언론의 자유인 국민의 알권리가 조금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에 한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진기자로 현장에서 마음껏 취재를 할 수 있었고 얼굴을 모자이크 하지 않고도 보도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여긴다.   내가 취재했던 대상으로는 전직 대통령도 있고, 정치가, 고위 공무원, 경제인, 연예인 등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거나 유명한 사람들도 있고 때로는 아주 평범한 생활을 했지만 한 순간의 잘못으로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던 여성도 있었으며, 공소시휴가 지나 법으로 심판할 수 없게 된 인사를 찾아가 암살한 후 체포되자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레를 받았던 어떤 시민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틈에 언론의 자유는 위축되었고 개인의 인격권은 신장되었다.  이제 신문에서는 공공의 장소에서 취재한 사진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있으면 간단히 포토샵으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버린다.  자신의 얼굴이 신문에 게재되어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거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취지의 고소 혹은 고발로 부터 미리 보호막을 치겠다는 것이다.

 

언론의 이러한 모습은 언론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므로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을지 모른다.  신정아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웠던 언론은 스스로의 덫에 걸린 것이다.

 

무분별한 보도자료와 자료사진의 남용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며 선정적인 상품으로 언론의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스스로를 개인의 인격권의 하위가치로 폄하시켰다.

 

“(언론의 보도가)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의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대판 2002.1.22. 2000다37524, 37531)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전현직 공직자들이나 사회적 유명인사들의 얼굴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보다 언론의 자유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지금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에도 언론은 힘없고 취약한 자들에게만 그들의 권력을 남용할 뿐 조금이라도 말썽의 소지가 있을 듯 보이면 편집자들은 그들이 남용하던 권력을 숨기고 몸을 조아린다.

 

거의 대다수의 언론사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더 이상 보도사진의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사진기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언론 스스로의 자존과 자립심이 없으므로 그들의 신문에 사용되는 보도사진은 통신사의 사진을 쓰는 것을 당연시 하여 남들의 이야기를 자기말처럼 꾸미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사진뿐 아니다.  통신사를 통해 생산된 기사를 조사와 단어 혹은 문장 한 두줄을 바꾸고 그것을 마치 자신들이 쓴 기사처럼 버젖이 크리딧을 달고 신문을 만든다.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각각의 신문사 기사들이 따라서 거의 같다.   대한민국의 신문이나 언론이 이렇게 많을 필요가 이제는 없지만 신문사의 문을 닫으면 그들 스스로 먹고 살수 없으므로 다른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적자 투성이의 신문사를 끌어안고 추락의 끝자락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문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남의 목소리를 제 목소리를 바꿔 내기 때문에 신문은 점점 더 가치를 잃게 되었으며,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외교부의 영사관들의 얼굴사진에 조차도 모자이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같은 송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자료 사진속의 그녀의 미모가 국가의 중요정보를 유출하여 '상하이 스캔들'로 부를 만큼 매력적이라는 판단 때문에 편집자들은 그녀의 얼굴을 공개하였으리라.

 

신문의 가치를 결정하는 일을 하는 집단은 언론사에서도 편집자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는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언론의 집단적인 메시지 결정과정 때문에 그들이 쓴 기사, 혹은 사진의 편집권을 편집자들에게 양도했다.   취재와 사진기자들이 양도한 권리는 편집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신문의 가치를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편집자들의 무책임에 우리나라의 언론, 특히 신문사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편집자들이 본연의 자세를 잊고 스스로 신문의 레이아웃만을 최선의 편집이라고 여기고 스스로의 위치를 디자이너 혹은 기능인으로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문사 사진기자일 때 편집자들에게 사진에 대해서 말하면 그들이 하던 말은

"난 사진찍을 줄 모르지만 사진을 볼 줄 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내가 진다." 

 

사진 한 두장 잘못 편집되었다고 신문사가 당장에 쉽게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당장은 책임진다고 말했지만 책임질 일이 당장에는 일어나지 않았었지만 이제 그들은 그들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던 책임을 스스로가 져야 할 때가 왔다. 

 

모든 편집자들은 대한민국의 언론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이제 져라.

 

ps : 여기서 말한 편집자는 반듯이 편집기자들만을 가르키고 있는 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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