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생님, 저 조수현입니다.

by 조수현 posted Apr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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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기억하실런지요.

작년 12월에 수료한 평화 90기중 두 번째로 나이 많던 제자입니다. ^^
정신 좀 차리고 보니 어느새 수료한 지 석 달이 흘렀네요.
한번 연락 드려야지 드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안부 여쭙습니다. 별고 없으셨는지요? (민망합니다^^;)

저는 2월부터 대전에 내려와 일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작년말부터 이쪽에 일자리를 잡게 되어서
저도 대전 근방에 취업자리를 알아보던 중
리드컴이란 회사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사장님과 영업이사, 디자이너들 해서 8명 정도가 함께 일하는 인쇄홍보물 제작대행사이구요.  
주로 하는 일은 인근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사보제작입니다.

저는 카피라이터로 일하게 됐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제안서 만들고 PT하고
홍보물 카피 만들고, 사보 취재하고, 윤문/교정교열하고 아무튼 한글과 관련한 일은
다 제 몫입니다. 가끔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선생님께 사진수업 안 받았음 어쩔까
싶더군요(대략 난감^^;;)

처음 오자마자 사보제작 수주(매년 경쟁입찰로 따내더군요) 기간이어서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부 예산 집행이 2월경부터 시작된다는데,
관련기관들도 예산이 그 무렵에 떨어지니까 사업수주 내는 것도 2-3월경에 집중이 된답니다.
정부기관이나 연구소 일들이 대부분인 이쪽 업체들에게는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두 달 동안 제안서 만들고 프리젠테이션 쫓아다니고 하느라 휴일도 없이 매일 10~11시 퇴근하다보니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어 그만둘 생각도 여러번 했었는데,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꾹 참고 지냈습니다(천 소장님의 "더러워도 좀만 참아라" 하던 말씀도 늘 머릿속에^^;).

그렇게 정신없던 두 달을 보내고 요 며칠 처음으로 식구들하고 저녁 같이 먹고 있네요.
(2월 23일에 이사한 뒤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 제 짐정리도 못했습니다.)

하다보니 제 얘기(겸 넋두리)만 늘어졌네요. 죄송합니다.
문득문득 평화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그리고 남선생님과 다른 분들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해관계 없는 이들과 한 곳만 바라보며
참 재밌게 보냈던 시간들인지라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 어리지만 정겹던 친구들과 한가롭게 남산골과 명동을 배회하던 그런 시간이 제 인생에
또 찾아올까요..)

사는 게 바빠 연락은 못 드리지만, 다들 새 직장에 열심히 적응 하고 있겠거니,
선생님들도 다들 무고하시겠거니 짐작하며 건승하시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선생님,
서울 올라갈 일 생기면 꼭 시간 내서 찾아뵙겠습니다. 처가가 선생님 구기동 작업실 근방입니다.
선생님 드시는 그 (이름 어려운)맛있는 커피 꼭 한잔 타주시리라 믿습니다.
건강하세요.

                       2009년 만우절에 제자 조수현 올립니다.